2024년 10월 04일 작성
2024년 10월 04일 작성
웬 뚱단지 같은 소릴까요. 아침엔 죽음을 생각하라니. 좋은 생각만 해도 부족한 아침에 말이죠. 역설적인 제목 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여러분에게 은은히 전하고 싶은 책이 되었어요. 일상이 먹먹할 때 끝에 대한 생각이 위로가 된다는 것. 죽음에 대한 시선의 확장이 삶의 의미를 더한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구요. 선선과 쌀쌀 사이 가을 어느날, 이 책이 여러분의 아침에 어둡지만 밝은 빛을 더해 주기를.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기상 후 5분 후예요. 저도 생각해 보았어요. 죽음에 대해, 끝이 있음에 대해. 왠지 다가올 하루의 막막함이 조금은 축복처럼 느껴져요. 하기 싫은 일들도 한 때의 과업이고, 보기 싫은 사람도 언젠간 볼 수조차 없으니. 유통기한이 필연이라면 조금 더 밝게 그들을 마주하고 훗날 이 순간을 추억할 수 있도록 멋지게 해내고 싶다는 세잎클로버가 마음 속 피어나는 듯합니다. 끝이 주는 새로운 시각, 죽음은 어쩌면 희망과도 같은 걸지 몰라요.
김영민 교수는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 ‘덜 행복’ 할 것을 권해요. 역설적이게 말이죠. 많은 순간 우리는 행복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해서 불행해져요. 행복은 생각보다 빠르게 휘발되고, 생각보다 빠르게 덧없음으로 귀결되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건강한 삶은 잔잔한 근심에 집중하는 거라 말합니다. 끝이 있는 행복이 아닌 큰 불행이 없음에 감사하는 자세. 진정한 행복이란 최고의 지점이 아닌 생각보다 높은 하방에서 체감되는 걸지도 몰라요.
위 문장을 보고 영화 <소울>이 생각났어요. 한 평생 무대를 꿈꾸던 피아니스트 조는 무대 직후 허망감을 느끼는데요. 무대라는 것, 그리고 무대 위 낭만이라는 건 사실 스쳐 지나가는 것이자 짧은 순간임을 깨닫고 허망해져요. 이런 조에게 동료 도로시아는 물고기 비유로 깨우침을 주는데요. 늘 바다로 가길 꿈꾸는 물고기는 지금 있는 작은 물이 바다임을 깨달아야 한다고요.
어쩌면 이게 인생 사는 방법일지도. 별 거 아닌 듯한 오늘도 죽음의 문턱에선 하루만 더 이어지길 바라는 간절한 시간일지 몰라요. 그러니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 것, 사랑할 만한 결과물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 속의 의미들로 사랑하는 것.
좋기만 하면 인생인가요. 성장통 있는 인생은 아름다워요. 알고 있던 말인데 한 번 더 생각하니 좋네요. 이런 의미들이 하루 시작 상기된다면 우리 하루는 더 멋져질지도. 맞아요. 상처는 좌절을 선물하고, 좌절은 이미 주어진 것들에 대한 감사, 그리고 새로운 시각을 더해요. 다양한 색깔들이 존재해 아름다운 인생. 영화 <어바웃타임>의 장면들처럼, 시간을 돌려 지금의 상처를 원복시킬 수 있다 해도 길게 보면 상처가 필요한 순간들이 더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정신 없는 일상이지만 가끔 멈춰서 삶의 의미에 대해 사유해요. 특히 요즘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 때, 곧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때는 더 말이죠. 가질 수 없는 것들에 욕망하느라 오늘을 버리지 말고, 가진다 해도 언젠가 사라질 바람임을, 가질 수 없기에 주어지는 또 다른 선물들도 있음을 생각해 봅시다.
언젠간 이 순간도 사랑하게 되지 않겠어요. 마지막 순간 성취는 사라지고 스토리는 남는다면, 그냥 오늘 내 하루의 조각들을 껴안아 봅시다. 이러한 껴안음이 두려워서 마주하고 싶지 않던, 하지만 반드시 마주해야 할 엔딩 앞에 잔잔히 전해지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