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8월 12일 작성
2024년 08월 12일 작성
2021년 어느 커뮤니티에 올라온 장례식 일화예요. 고인은 돌아가시기 전 약 열흘 동안 아무 것도 드시지 못했다고 해요. 그렇게 맞이한 죽음, 유가족분들은 살아 생전 고인이 가장 좋아하던 두 가지 음식으로 장례식의 한 켠을 채우려 하셨는데요. 바로 된장찌개와 닭볶음탕.
이 된장찌개와 닭볶음탕은 무료로 배달이 되었어요. 주문 내역에 남겨 둔 유가족의 메모 때문인데요.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이라 주문한다던 한 문장이 가게 사장님의 마음을 울렸나 봅니다. 놀라운 건 두 음식을 각기 다른 두 곳에서 주문했는데, 모두 무료로 배달이 되었다는 점이에요. 잔잔한 메모와 함께요.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아버지 생각에 결제 안 받을게요. 맛있게 드셔 주세요'
따뜻한 세상인 것 같아요. 얼굴도 본 적 없는 누군가지만 함께 슬퍼하는 마음, 그리고 이전에 내 곁을 떠나간 누군가를 떠올리며 잠시 그리워하는 마음. 이 마음을 작은 정성에 담아 주고 받을 수 있는 우리. 배달의 민족 이전에 애도의 민족 아닐까요?
택배가 인연을 만드는 세상이에요. 고인에게 택배를 전하며 받았던 음료수 한 잔, 따뜻한 마음 한 잔을 기억하는 기사님이 계세요. 장례식으로 전달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택배 사연을 전해요.
작년 12월에 있있던 일이에요. 모친상을 당한 유가족 분에게 살아생전 고인이 주문하신 마지막 택배가 발송됐어요. 택배 기사님 연락처가 휴대폰에 저장돼 있어 부고 문자가 함께 발송되었나 봐요. 그래서 주소지가 아닌 빈소로 배달된 고인의 택배. 평소 고인이 전하던 선한 마음씨를 기억하고 마지막의 순간 찾아와 물품을 전하고, 마음을 전하고, 애도를 전하셨대요.
스쳐가는 누군가의 마지막을 기린다는 것. 깊고 따뜻한 마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 같아요. 오늘도 우리 곁을 스칠 많은 인연들. 그분들과 나눈 크고 작은 감정들이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의 순간 진심 어린 애도로 이어지기를 바라 봅니다.
애도의 반경엔 국경이 없어요. 환자로 머물렀던 한 필리핀 노동자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기릴 비행기표 100만 원을 전해 준 충남 어느 병원의 원장님 이야기예요.
2023년 9월, 아산의 한 병원에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분이 일주일 간 입원을 하게 됐어요. 퇴원 하루 전, 그는 의사분께 모국에 계신 아버지의 부친상을 전했죠. 안타깝게도 비행기표를 구매할 돈 조차 없었던 그. 막막함에 눈물만 흘리고 있는 그를 위해 원장님은 한 마디와 함께 100만 원을 쥐어 주었다고 하는데요. '필리핀 가서 아버지 잘 모셔요, 내가 빌려주는 거야, 나중에 돈 벌어서 갚아요'
8개월이 지난 올해 4월, 실제로 노동자분은 다시 의사분을 찾아왔다고 해요. 1만 원 짜리 100장과 함께요. 모국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한푼 한푼 모아 갚은 마음. 다른 나라에서 지내며 느낀 그의 감정들이 비단 고됨과 서러움만은 아니길 바라요. 마지막을 향한 국경 없는 따스함, 이 따스함이 오늘도 우리 주변을 채우길 기도합니다.